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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23. 03:47
일어나.
들숨을 흐읍 들이쉼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잠에서 깼다. 창문에만 빛이 살짝 맺힌 듯, 피부로 느끼는 시간에 비해 방 안은 어두웠다. 룸메 형은 몸을 벽 쪽으로 돌려 자고 있었다. 어렴풋이 귓가에 지지직거리는 클래식이 울렸다. 알람 방송이 꺼진 직후인 듯 했다.
각막처럼 얇은 가느란 막이 하늘에 덧씌워진 듯 날씨는 비오는 날 만이 가질 수 있는 흐림과 우중충함과 가볍디 가벼운 추위를 안고 있었다. 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 핸드폰으로 엔하를 확인하고, 오른 쪽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뽑았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 다시 뒤로 풀썩 누웠다. 천장이 보였다. 집 천장과는 다르게 무늬가 없고 밋밋한 콘크리트 사막 같았다.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래. 니 말대로 일어났어.
근데 이제 뭘 해야 하는건데?
하지만 내 곁에는 대답해줄 그녀가 없었다. 이미 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에.
나는 뒤죽박죽이 된 기분과 머리를 안고 일어나 내 것이 아닌 라마의 이빨을 닦는 느낌으로 칫솔질을 했다.
세면대에 양칫물을 뱉던 순간, 내 모든 것을 토해내고 텅 비워버리고 싶어졌다. 입가에 거품을 묻힌 웃긴 꼬라지를 하곤, 세면대를 으스러져라 붙잡고 울어제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이었다.
2013 05 10
08 36 금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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