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切段
그렇게 해서라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날처럼, 그저 반복되는 무직으로서의 무전취식의 일상의 한복판에서 깨달았다. 얼마 전 그저 문득, 단 하나의 메세지조차 오지 않는 카카오톡 친구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녀의 프로필을 눌러보았다. 오랜만에 바뀐 프로필 사진은 그녀가 그녀의 애인과 화목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몇 달 전만 해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충만했는데, 이제는 반 반으로 나뉘어 느껴졌다. 그녀가 행복해보이니 잘된 거야. 라고 위안하는 절반과, 왜 아직도 헤어지지 않은거지. 하는 절반이었다. 나는 후자의 나 자신을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라 그 생각을 접으려고 했다. 접으려고 할 수록 그 동안 억눌러 두었던 그림자 진 마음은 솟아오를 뿐이었고,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고 돌 수록 점점 더 비참해져만 갔다. 이런 내가, 거의 폐인에 가까운 내가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난다 해도 그녀를 잡을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그녀가 머무를까. 그렇게 점점, 그녀를 생각하던 내 마음은 몇 년에 걸쳐 부수어지고 조각이 나뉘어가며 내 마음을 난자해왔고, 문득 이제 곧 조각조차 남지 않아 가루로서 빻아져 내 마음 안에 그대로 묻어서 알게 모르게 스며가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의 조각조차도 남지 않게 된 내 마음은 도대체 이제 무엇을 부수며 나아갈까. 상실해버린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하며,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부수어가며 그나마 근근히 앞으로 나아가던 내 고장난 마음은 이제는 나 자신을 부숴가야만 그것을 연료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울고 싶었다. 아니, 마음은 울었다. 눈물샘은 말라 비틀어져 이제 모든 것에 대해 무덤덤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알았다. 동시에 우습다는 것도.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워가면서도 글은 진전이 없었고, 잃어버린 음악들과 예술들의 방대한 바구니의 틈바구니에서 그 것들을 다시 그러모으려던 시도는 번번히 중단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내 잃어버린 소중한 방 하나를 되찾았다. Moby의 음악이었다. 떨어진 담배를 사러 가기 위해, 담뱃재와 밤샘으로 인해 약해진 몸과 마음이 만들어내는 온갖 두려움을 헤치고 새벽의 편의점을 갔다 왔다. 그 왕래의 순간에조차 나는 끝까지 이어폰을 빼먹지 않았다. 학창 시절, 열정과 의지로 꿋꿋히 글을 써가던 나 자신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항상 미니스톱이 박힌 비닐 봉투를 든 채 집에 들어올 뿐이었다.
그렇게, 이 의자에 앉았다. 담배를 하나 꺼내물고 불을 붙이고, 잃어버렸던, 유실流失되었던 내 마음의 조각들 중 하나를 꺼내어 먼지를 털고 오랜만이야. 라고 속삭인 다음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 음악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를 만났던 때의 그 폐부에 차갑게 스며들면서도 깔끔하게 내쉬어지는 얕고도 무거운 공기. 갈대는 마치 훨훨 부는 바람에 머리를 말리듯 이리 저리 너울대었고, 나는 그 갈대숲을 사이에 두고 천변을 걸으며 찬란하게 별이 빛나던 밤 하늘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었다. 지금은 별조차도 내 눈에 띄지 않는다. 작은 알갱이 하나 하나가 크게 이루어진 청사진이며 온갖 문양들을 이루던 그 밤하늘조차 그저 새카맣게 드리워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조각 조각을 이어 붙여보니 어느새 그 때의 나 자신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왜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까. 왜 애써 보지 않으려 했었을까. 나 자신은 항상 산산히 부숴져 흩어지지만 그 모든 나 자신들을 모아줄 구심점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왜 그것들을 돌아보지 않고 애써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항상 이렇게 깨닫지만서도, 벌써 나이는 첫 번째 파산波散 이후 두 해가 지나 스물 하나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룬 건 아무것도 없고,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그저 한 여자만을 생각하다 아무 일도 못하게 된 병신으로밖에 쓸 수가 없었다. 모든 일은 내 스스로 걷어차 부수어트렸고, 신뢰하던 사람들은 항상 내가 그들을 저버렸으며, 나 자신마저도 항상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건,
뭘 해도 나는 이렇게 살 놈이였어. 라는 쓰디 쓰면서도 나 자신에게 왠지 모르게 냉소를 짓게 만드는 도돌이표였다.
이 곡을 들으면서 나는 한 남자에게 저버려진 어떤 여자의 사막에서의 방황과 눈물로 점철된 만족스러운 점멸漸滅을 썼고, 이 곡을 들으면서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 여자의 깔끔하면서도 한 남자에게는 그녀를 찾아 나서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도록 만들 만큼 지저분하게 추억을 점철한 실종을 썼고, 이 곡을 들으면서는…….
나는 잠시 음악을 멈추고,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는 웅크려 울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썼던 모든 글들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를 궁금해했다. 모두, 타의에 의해 실종된…….
그녀에 대한 생각을 했다. 하지 않으려 했다.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하면 할 수록 비참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쩌랴. 하게 되는 것을. 그녀의 가녀리면서도 확실한 손놀림으로 인해 완성되어가는 캔버스가 보였다. 그녀의 아름답고도 수려한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녀의 둥글둥글하면서도 나름 매서운 곳이 있는, 그로 인해 자신이 맡은 바에 대해선 똑부러지는 성격이 보였다. 그녀의……그녀의……그녀의……그녀의…….
그녀가 나를 보며 왜 이러고 있어? 일어나. 예전처럼 나하고 같이 놀자.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나를 보며 왜 이러고 있어? 예전의 네가 아니야.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고 그저 유실자 n번째로 남으려는거야? 실망이야. 라며 나를 등지고 돌아서서 저 멀리로 걸어가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돌고 돈다.
이 세상에 내 존재를 그녀에게 알리기 위해 글을 쓰자고 하던 학창 시절의 내가 보였다.
이 세상에 내 존재를 그녀에게 글로나마 알리기 위해 글을 쓰던 스무 살의 내가 보였다.
이 세상에 보잘 것 없는 내 존재를 그녀에게 단 한 조각이나마 알리기 위해 글을 쓰던 내가 보였다.
그렇게, ( )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nd.
Novelistar / [N]
이제는 네 이름을 쓰기조차 미안해져, E.
20140827
0412
[N]
title P.S : 切斷의 오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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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遠 - 3
'내 어린 시절은 참으로, 뭐라고 해야 하나. 그랬었지.'
영상 퍼가기도 안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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