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작품/짧은 글 2013. 11. 23. 03:54

너무 멀리 와버렸다.

짐짓 짚어보려 한 바닥은 짚이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무릇 빠져 죽어야 당연하거늘

빠져 죽지조차 못할 정도로 멀리 와버렸다.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쨍쨍 햇빛이 내려쬐고 있었다.

 

 

그 무엇이든, 내가 바라지 않는 것만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가 바라서 한 일이 바라지 않는 것으로 흘러가 빚어졌다.

 

 

그 결과를 바라보며 나는 웃으며 동시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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