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의 데카당스

작품/짧은 글 2013. 11. 23. 03:03

……그리고나서 왕자는 클라라를 과자의 나라로 데리고 갔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왕자는 클라라의 눈을 가린 손을 살며시 들었고, 클라라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어둠 속에서 알록달록한 빛을 향해 눈을 떴어요. 그러자, 클라라의 눈앞에 과자로 지어진 커다란 집과, 줄기가 초콜릿으로 되어있는 사탕 나뭇잎이 달린 나무가 수없이 보였어요. 심지어는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작은 조약돌마저도 알록달록한 젤리였을 정도였죠. 클라라는 놀란 눈빛으로 왕자를 바라보았고, 왕자는 웃으며 클라라를 과자 집으로 안내했지요. 클라라는 왕자의 안내에 따르면서 조약돌 두어 개를 주워 입안에 넣어봤는데, 너무 달콤해 입안에서 먹은 줄도 모르게 사라졌답니다. 과자집 안으로 들어서자, 비스킷으로 된 의자와 식탁 위에 티세트가 놓여있었고, 왕자가 왕자 앞에 놓인 잔과 또 다른 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어요. 클라라가 다가가 왕자 앞에 앉자, 왕자는 웃으며 클라라에게 찻잔을 내밀었어요. 클라라는 그렇게 왕자가 타준 차를 마시고 식탁의 모서리를 조금씩 뜯어 먹으며 왕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답니다.

 

얼마 후,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시던 클라라는 문득 깨달았어요. 이 세계에서 자기는 혼자구나. 난 다른 세계에서 온 혼자인 소녀일 뿐이야.

 

만약 클라라가 조금만,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그런 생각 따위 할 새도 없이 실컷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시며 왕자와 이야기를 하고 신나게 춤을 췄을 테지요. 하지만, 이미 클라라는 그런 걸 조금이나마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어요.

 

클라라는 과자의 나라를 떠나 왕자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왕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죠.

 

어쩔 수 없는걸요.
너무 늦었는걸요.
조금만 더 일찍. 일찍 이었다면…….

 

<호두까기 인형의 데카당스>

 

 

 

 


그런 게 뭔지는 묻지 맙시다

2012 06 26 19 51 작입니다. 강조점을 써놓은 문장에는 굵은 글씨를 해놓았습니다.

느낌이 다르지만 시스템 상의 어쩔 수 없는 다름이니 납득할 수 밖에요.


[N]


짧은 글을 갈무리해서 올려야 할지 하나씩 올려도 될지 고민 중입니다.

 

추신도 엔젤하이로에서의 추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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