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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11.23 권총을 배달받은 어느 날의 사나이
- 2013.11.23 빗방울이 흩날리던 흑백의 날
- 2013.11.23 나는 언제 어디선가 이 노래를 또 다시 듣고 있겠지
- 2013.11.23 호두까기 인형의 데카당스
- 2013.11.23 백업 카테고리 안내
- 2013.11.23 새하얀 소녀와 어느 먼 나라의 임금이 꾸는 꿈
- 2013.11.23 브람스에 관한 추억
- 2013.11.23 소설별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글
권총을 배달받은 어느 날의 사나이
수업 중이었다. 가늘게 주머니 안에서 울리는 진동에 잠에서 반쯤 깼다. 졸고 있었던 걸까.
주머니 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를 봤다.
02-332-2700
고시원입니다. 택배가 왔으니 받아가십시오.
뭐지. 택배? 택배 올 일이 없는데. 그렇게 잠시 갸우뚱하고는 잠시 눈을 비볐다.
아직 꿈에게 머리카락의 끝자락을 잡힌 상태였던 나는 이윽고 그에게 이끌려 그대로 깊은 잠에 들었다.
문득 후려쳐진 의식에 놀라 깨어나보니 아무도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십오 분 쯤 흘렀다.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휑한 강의실의 광경이 보였다. 맨 뒤에 바퀴 달린 거치대 위에 올려져 있는 갖가지 엔진들이 줄지어 서 기름 냄새를 바람에 흘리고 있었고, 파란 합성섬유를 깐, 유연한 디자인을 한 의자들은 하나같이 개성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정지해있었다. 문고리를 돌렸다 뗀 손에는 살며시 스쳐 지나갔던 스티어링 오일이 묻어 있었다. 기름때에 찌든 작업복을 락커룸에 넣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바로 앞에 있는 우레탄 농구장에서 한 쪽 농구대에서 개인전을 하는 한 무리의 학생이 보였다. 오늘도 여태까지와 같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마치 애초부터 난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회색을 띄며, 집중된 시선 속에 찬찬히 빛을 잃어갔다.
눈을 감았다 떼자, 다시금 연회색의 하늘이 보였고, 그와 동시에 나는 오늘 하루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여태까지와 같이. 여태까지의 몇 년간 들었던 느낌 이었다. 얼마나 많은 나날을 잃어버리고 산걸까, 나는.
밤 여덟 시의 길을 걸었다. 시간과는 맞지 않는, 어둡지 않고 탁해서 평소보다 조금은 밝은 하늘이 어색했다. 잃어버린 시간의 틈새 속에 끼인 듯한 느낌이었다. 길은 굴곡이 있어 살짝 숨이 찼고, 지나가던 예쁜 여자의 향이 스칠 때 숨을 크게 들이쉬는 순간이 되어 살짝 흠칫했다. 오른쪽, 자그만 대학가 상가에 늘어선 삼겹살 집 세 군대에서 여러 부위의 돼짓기름 냄새와 파 냄새가 섞이어 났다. 저 멀리에서부터 일정한 간격을 두고 크락션을 울리던 차의 정체는 사고가 난 SUV를 끌고 가던, 비상등을 킨 푸른 레카차였다. 조금 더 걸으면 오른 쪽에 정문을 오롯이 닫고 있는 초등학교의 바로 옆 문구점에선 주인이 키가 작아 닿지 않는 셔터 끈을 까치발을 하며 간신히 잡아내렸고, 언제나처럼 그 모퉁이에서 언제나 쌓여있는 쓰레기를 먹는, 진한 회색의 비둘기는 인도에서 발 밑, 도로를 쳐다보고는 모둠발로 뛰어내려 총총이며 걸어갔다.
언제나 풍경만을 보고 있다. 그 풍경은 항상 내게 말이나 글로서는 남지 않으며 오직, 그것도 슬프게 오롯이 기억으로만 남는다. 지나온 나날의 비디오 테잎은 서랍장을 채우고도 남아 이제 집 안의 공간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난 지쳤다. 테잎을 옮겨 적어야 이루어지는 나의 소망은 이미 저 먼 선 캄브리아기에 멈춰서서 고고히 금이 간 채 하찮은 듯이 나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날, 오돌오돌 떨던 몸을 겨우 이끌고 지친 듯 문을 열어 난롯불 앞에 앉았을 때 지나온 눈길의 고난을 잊는 것처럼, 말 그대로 눈 녹듯이 나의 하루하루의 가치와 의미는 사라져갔다. 그저 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된 것이다. 하루하루, 찍어서 살며시 잡고는 팔랑팔랑 흔들어 압정에 꽂아 어느 한 구석의 벽에 찔러넣고는, 그 사진만을 보며 매일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나 자신이 보인다. 하얗고 빈 방 안에서, 그 누구도 보러 와주지 않는 나 혼자의 박물관을 지키며…….
골목에서 나와 금요일 밤의 이태원의 거리를 걷는다. 연인. 삐끼. 상인. 외국인. 클럽 매니저. 섹스숍의 전단지. 바닥에 널브러진 뉴 인터페이스 포스터. 어느 바에서 흘러나오는 프랑스 여 가수의 꾸밈없는 목소리와 그 옆의 옛날 클럽 비트인 We are electric의 스쳐가는 한 부분.
위 아 일렉트릭.
아무 의미도 없는 한 구절이 그렇게 내 속을 흐르며 헤멘다. 걷는 거리마다 연인들이 서로의 겨드랑이에 팔을 얽거나 서로의 손바닥에 손바닥을 포개어 놓은 모습이 지나간다. 삐끼는 나를 제외한 앞뒷사람에게만 삐끼질을 했다. 한 외국인 남자가 한국인 여자를 꼬시곤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해는 저 멀리의 이름 모를 산의 둔덕에 손을 짚고 부드럽게 월담을 하고 있었다. 화려한 거리. 늘어선 프랜차이즈 옷집들과 음식점들. 외국 음식 전문점. 클럽. 지하의 클럽. 상층의 클럽.
IP부티크 호텔. 해밀튼 호텔. 이태원 역. 버스 정류장. 외제차.
그 모든 네온과 LED와 HID와 모닥불과 백열등을 지나서. 온누리에 내린 빛과 영광의 곁길, 가파른 언덕으로 올라가는 포장이 좋지 못한 길 위에 내가 있다. 빛도 영광도 그 모든 것도 닿지 않는 곳에, 관보다는 조금 넓은 방 한 칸에 나는 그렇게 숨죽여 하루하루 찍었던 사진을 꺼내어 늘어놓고는 혼자 소리죽여 울고 웃는다…….
정작 슬픈 일은, 현상액이 없어서, 얼마 전부터 저 먼 날의 잊고 싶지 않은 기억과 마음들이 서서히 우그러들어 먼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다른 공기가 흐르는 보이지 않는 벽의 결계의 손잡이를 돌려 열고는 발을 들여놓았다. 좁디 좁은 통로와, 그 통로에서 한 번 왼쪽으로 돌아 세 걸음을 걸으면, 나의 현상실이 있다. 침대 위에 가방과 겉옷을 벗어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다시 앞으로 다섯 걸음. 왼쪽으로. 앞으로 열네 걸음. 오른쪽에 있는 관리실의 문을 열고 총무에게 택배를 받았다. 책 한 권 크기의 자그마한 택배 상자였다. 작은 것 치곤 무거웠다.
그대로 방금 전 왔던 길을 되돌아가 방문을 열고 침대 위에 택배를 던지곤 의자에 앉아 상반신을 길게 폈다. 책상 아래 냉장고 때문에 다리는 침대에서나 필 수 있다. 컴퓨터를 켰다. 오래 된 컴퓨터라 팬이 잠시 굉음을 내며 웅웅대더니 잠잠해졌다. 그 굉음의 잠깐동안 옆 방에서 벽을 두들겨왔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잠시 얼마 높지도 않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보다 높은 천장을 바라본지가 얼마나 됬는지가 기억이 났다. 몇 년 전, 전주의 그리운 집에서였다. 그 때 올려다본 천장은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했었다. 천장과 얘기를 했고, 천장을 보며 살그레 웃었었다. 천장에 나 자신이 비쳐보이는 듯 해서 그 곳에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다 대려고 하면 슬퍼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약간 베이지 빛이 도는, 까슬까슬한 벽지가 발라져 있는 채로 정지해있는 천장이 내 모습과 같았다고 생각이 들었었을까.
문득 택배가 생각이 났다. 바로 팔을 뻗어 잡고는 무릎 위로 올려놓고 얼마 전 깎은 손톱으로 힘겹게 테이프를 뜯었다. 골판지가 해체되고 난 자리엔 여태껏 만져본 적 없는, 아주 부드러운 검은 천으로 겹겹이 싸여진 무거운 무엇인가가 있었다. 뭔가 중대한 의미가 있어보이는, 혹은 있어보이도록 생겨먹은 그 검은 천을 천천히 걷어내자, 권총 하나가 보였다.
무슨 권총인지는 모른다. 게임에서 봤던 것 중에서 기억나는 이름은…콤팩트? 무슨 콤팩트인진 모르겠지만 콤팩트와 똑같이 생겼다. 아니, 여튼간에 중요한건 왜 권총이 나한테 왔냐는 거다. 어디의 누가 언제 어디서 보낸 것일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오발송? 아니, 애초에 대한민국에서 권총이라는 흉기를 누군가에게 택배로 보내는게 가능하나? 비록 보낸다 쳐도 그런 물건을 보내는데 실수를 해서 나 같은 사람에게 온다는 것 자체가 또 가능할까?
여러가지 망상과 잡념이 머릿 속을 옭아메어갔다. 나는 기름냄새가 나는, 거의 새것과 같아보이는 권총을 양 손으로 으스러질 것만 같이 세게 쥐고는 한참을 제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곳에 생각이 미쳤다.
총알이 장전되어 있을까?
어느 곳을 누르면 탄창이 나오는지 몰라 잠시 헤메다가, 손잡이 근처를 마구잡이로 문대다보니 탈칵 하고 탄창이 열렸다. 조심스래 꺼내자 금속성의 긁히는 소리가 났고, 곧바로 탄창이 빠져나왔다.
안이 비어있었다. 잘 보이지 않아서 형광등 바로 아래 쪽에 빛을 받게 해보자, 딱 한 발이 맨 아래에 간신히 보일 듯 말 듯 장전되어 있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잠시 가만히 멈춘 채 앉아 있었다. 무엇인가 많은 생각이 들지만 정작 그 생각이 무언지를 보려고 하면 어딘가로 사라져 생각할 수가 없었다. 권총을 잠시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지곤, 머리를 싸매쥐고는 한번 뒤로 쓸어넘겼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죽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이 났다. 잘 살아오고 있던 어느 나날의 밤에 내게 실수로 배달되어진 권총이 나에게 오만가지 추억과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들고 있었다. 잘 살아오고 있던 어느 나날의 끝자락에 마침맞게 내게 배달되어진 권총이 나에게 두 가지 생각과 그 결과의 파동만을 생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우그러들었던 먼지들조차 다시 모여들어 사진이 되었고, 잃어버렸던 추억과 기억들은 하나하나 세세하게 되살아나 숨쉬었다.
되짚어보자. 권총이란걸 안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 것으로 죽음을 맞든, 혹은 그저 갑자기 나에게 삶의 존속여부를 시험에 들게 한 이 불청객을 무시하고 앞으로의 나날을 더 살아가든, 일단, 지나왔던 나의 소중한 것들을 되짚어보기로 결심했다.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내 인생 최초의 기억 때부터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니,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있었다.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같은 차에 타 어딘가에 가고, 같은 집에서 잠을 자도 두 사람은 어딘가가 미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12mm 볼트에 13mm 복스알을 가져다 댄 듯 어딘가가 헛돌고 맞물리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서, 내가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 고등학교 이 학년 때에 나는 두 사람이 진작에 헤어진 것을 알았다. 아마 그 최초의 기억으로부터 멀지 않은 순간이었던 것으로 안다. 몇 월 몇 일인지까지도 기억하고 있었지만, 밝든 밝지 않든간에 내 자신 그 자체의 것을 잊지 않으려 하는 나 자신조차도 그 사실은 잊고 싶었던지, 내 나이 몇에 일어난 일인지도 모른다.
치졸한 이유로 왕따를 당했다. 초등학교 이 학년 때부터였다. 친구가 열 댓 명은 있었고, 반 애들과도 말은 하고 다녔다. 그저, 몇몇 일진들에게만 당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 동안 나를 좀먹고 얽메어오고 내 행동을 강제하여 마침내 지금의 나 자신에게 조건반사 비슷한 것을 일으키게 한 점까지, 그 녀석들은 나라는 존재를 파괴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방해하는데는 완벽에 가까운 성공을 거두었다. 몇 년에 걸쳐 몇 명인지도 모를 그 녀석들은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복수하고 싶어서라기보다, 그저, 이미 죽어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죽기 전의 감정으로 상처를 보듬어보려 해도 부질없는 짓이기에, 죽은 마음으로 생각한 거다. 참는게 좋은거다. 용서하면 이기는거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집안이 불우하다거나, 어딘가 아픈 과거가 있다거나…….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좀먹어가며 쪼그라드는 반쪼가리 천사, 점점 자라나는 반쪼가리 악마가 되어갔다. 원래의 의지를 꺾어 선함으로 돌려놓으려는, 비록 일이 크게 벌어지는 것이 싫었을 뿐인 그 때의 생각은 점점 그렇게, 앞 면에서는 남을 용서하고 한없이 착한 나 자신을 보여주었고, 뒷 면에서는 한없이 어두운 자신을 끌어안으며 뜯어먹으며 그 피를 마시곤 아파서 울고 있었다. 스스로 너무나 외로워서 스스로를 물어 뜯어 살을 삼켰다. 따뜻한 피를 마셨다. 그렇게 하면 잠시라도 빈 가슴이 채워졌으니까.
가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몇몇 매체에서는 텅 빈 가슴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내가 겪은 바로는 사람이 정말 외로울 때는 가슴이 텅 빈 듯, 공허하게 느껴져서, 갓 탄 커피를 담은 머그컵을 가슴팍에 비비면 그렇게 따뜻하고 채워지는 느낌이 들 수가 없었다. 베개를 끌어안으면 그 안이 스며드는 듯 해서 행복하게 잠을 잘 수가 있었다. 그 때부터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의 정글을 살아가며, 반쪼가리 천사와 악마가 되었고, 그 외로움을 풀어가는 폴라로이드 인생을 시작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온전한 가족이 갖고 싶었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가 서로 정상이라면 그 가족의 일상은 어떤 것일까가 궁금했다. 서로가 웃으며 식탁에 앉은 채 농담을 하고, 생선을 발라서 올려주고, 소파에 앉아 과일을 깎아 나눠 먹으며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매일 아침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며 생긋 웃을까?
서로가 무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누가 먼저 일어나는지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 서둘러 먹고는 무미건조한 말 두 세마디면 집에서 벗어나 그제서야 그나마 개운한 마음으로 아침의 시린 공기를 마시면서 그 공기가 가슴팍에 스며들 때 애써 모른 척 하며 가야할 길을 마지못해 가는 것과는 얼마나 다를까?
오히려 나 자신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아니, 개의치 않는 것처럼 살아왔다. 어렸을 적부터 별명이 애어른이었으니까. 애어른처럼. 어른처럼. 모든 고난은 지나가리라. 참고 참으면 행복이 오리라.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백 번 세고 다시 이백 번 세면 끝나있을 것이다. 내가 참으면 나 혼자의 아픔으로 끝나지만 내가 참지 않으면 모두의 아픔으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 나 자신도 챙기지 못했으면서 남을 챙겼던 나의, 지금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타주의적 태도가 너무도 좆같았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이 수 만 번도 넘게 나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의 대답은 항상 정해져 있었었다.
나 자신이 상처를 너무도 많이 입었으니까. 그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를 아니까. 남들에게 그런 상처를 입히는건 죽어도 싫어서였어.
좆까라, 병신아.
힘내라, 병신아.
아직 수 만 장 중에 한 장 뿐일 사진 하나를 움켜쥐고 나는 끅끅대며 소리를 죽인 울음을 울었다.
따돌림은 중학교 때도 계속되었고, 중학교 이 학년 때 즈음부터 글을 쓰는 것이나 책을 읽는 것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던터라 삼 학년 때는 점심을 굶고 도서관에 있었을 정도였다. 덕분에 오후 수업때는 배에서 자꾸만 소리가 나서 난처했던 적도 많았다. 그리고, 그 삼 학년에, 나는 사랑이란 것에 눈을 떴다. 이런 류였다. 누구 누구가 좋아한대요 라고 몰아세우면 당사자들은 정작 마음도 없어서 불편해하고 싫다고 손사래를 치고 화를 내지만, 그게 오래 되면 어느 한 쪽이나 드문 경우, 양 쪽 다 마음이 생기는 경우였다.
당연하게도 난 그 한 쪽이었다.
빼빼로 데이에 짝꿍이었던 그녀 책상 서랍 안에 몰래 넣었던 서투른 비밀 선물은 바로 들통이 나버려, 그녀가 직접 말하는 것도 아닌 그녀와 친한 여자애가 전해준 싫대. 라는 말과 함께 되돌아왔었다. 그리고 그녀는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자신에게 고백을 했으니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내 잘못이다.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품고는, 포기했다.
어느 가을 날, 아직 하복을 입을 때. 자고 일어나보니 삼 학년이 점심을 먹는 시간이라 층 전체가 비어있었(을 것이)다. 내 옆자리에는 그녀의 하늘색-파란색의 부드러운 면 체육복이 있었다. 변태적인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저, 마지막으로 그녀에 관한 무언가를 기억하고서 그녀를 내 마음 안에서 놓아보내기로 했었다. 그런 생각 비슷했었다. 그녀의 체육복은 마치 군데군데 실이 뭉쳐 보풀어오른 것이 만져져 약간 헤진 느낌이 들었고, 부드러웠다. 살며시 코 앞으로 가져가자 살 냄새가 났다. 창 밖에는 햇빛이 약간 황금빛에 물든 채 비스듬히 내리쬐여 스며들고 있었고, 낙엽은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개미마냥 창가에 소리없이 쌓여갔다.
그렇게 나는 그녀를 놓았다. 그녀의 이마고는 그렇지 못했지만.
웃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겪어보지 못해 초짜였던 인터넷 상의 인연에게도 푹 빠졌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 한 여름날의 추억처럼 가끔씩 입에 올리며 그녀와 얘기를 한다. 하지만 곁가지일 뿐이다. 또 한 사람은 우습게도 나와 내 친구, 물론 인터넷 상의 친구가 동시에 고백을 했었다. 그녀와 나는 영혼을 함께 하는 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내게 위안과 힘이 되어줬고, 서로에게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며 좋은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가 정말 내 반 쪽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진정한 사랑인 것 같다는 허영감에 부푼 진심에 그 안정감을 깨고 고백을 했지만, 그녀의 이미지는 조각이 나 흩어졌다. 지금도 친하지만, 흩어진 그녀의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게 외롭게. 외로운 마음을 채우려고 헤메었다. 설상가상으로 고등학교 일 학년 때에는 무척이나 퇴폐적인 감상주의에 젖어들어 우울증에 시달렸었다. 덕분에 글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그 푹 젖어 축 늘어진 허탈함과 공허함, 그리고 슬픔과 허무가 내 자신의 대부분이자 내 자신 그 자체여서 이따금 힘이 든다. 하여간에, 그 우울과, 내가 여태까지 안고 있었던, 친한 동생이 말해줬던 것과 같은 걸지도 모르는 '너무 착해서 자기 자신을 악마로 만들고 있잖아' 와 같은 내 자신 안에 내재된 무엇인가가 그동안 쌓여왔던, 죽어버린 내 심장에 한줄기 남아있었던 발화점을 건드려버렸는지, 고등학교 삼 학년에 나는 불량아가 되었다.
결과 130 여 일. 결석 80 여 일. 매일같이, 비오는 아침에도, 눈오는 흐린 날에도, 쨍쨍한 볕 아래서도 PC방에 갔다.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는진 기억이 안 나지만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학교 빠진걸 들키고, 나를 그렇게도 사랑하시는 아버지를 실망시켰다는 죄책감과 가면 어떻게 혼날지 걱정되었던 두려움과 불안함이 범벅이 되어 나 자신을 죽였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되살아나 모순을 저지르고, 다시 실망시켰다는 죄책감이 다가와 내 목을 조른다. 더욱 더 커져서 돌아와서는…….
고등학교 일 학년 때부터, 이 학년 때까지 마주칠 수 있었던 그녀 생각에 그렇게 목을 맨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녀도 인터넷 상에서 만났다. SNS에서. 헬리젯이라는 곳에서 만났다. 그녀는 내 우상 그 자체였다. 깨져버린 이미지의 그녀로 나는 예술하는 여자에 대한 이마고를 갖게 되었고, 중학교 시절의 그녀로 웃는 얼굴이 예쁘거나 성격이 밝은 여자에 대한 이마고를 가지게 되었다. 어느 한 여자로 인해 어른스러운, 성숙미를 가진 여자에 대해 이마고를 가졌고, 그 모든 것은 그녀에게 들어맞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것들을 제하고서라도, 내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던 여자였다.
하지만, 관심종자에 조울증 증상이 보였던 나는 SNS에 여러가지 글들을 쓰다가 관심 받고 싶다는 투의 글을 써가면서, 점점 사람들과 멀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와 가까이였지만. 그러다 결국 나는 회의감을 느껴 탈퇴를 했고, 잠시 바쁜 공부를 해가면서 몇 개월 쯤 그녀를 잊고 살아갔다. 그 이후, 헬리젯에 다시 가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없었다. 아니, 헬리젯 자체가 없었다.
네이트온이 유일한 동앗줄이었다.
그리고 그 동앗줄은 별로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그녀가 애인이 생겼다는 소식을 헬리젯에서 보았고, 그녀의 기념일 사진을 미니홈피에서 보았다. 그리고 진작에, 헬리젯에서 그 소식을 봤을 때부터 나는 그녀를 포기했다. 헬리젯 안에서 그녀와 함께였던 어느 한 사람의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그녀와 헤어졌음에도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병신같은 말들 속에서도 반박을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
난 그녀가 그렇게도 갖고 싶었고, 그와 반대로 그렇게도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가 행복하다면 나는 아무런 문제 없어. 상관 없어. 그녀가 행복하다는데 내가 괜히 나 자신을 위해서 끼어들어서 무슨 상관인데?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이따금 고개를 치켜드는 내 뒷 면에 의해 파훼당했다.
너 자신도 못 챙기는 주제에 남을 챙겨? 자, 너 스스로를 위해 한번 행동해보라고.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몇 달에 한 번 메일을 남겼고, 쪽지를 보냈고, 괜히 나 스스로가 그녀에게 50을 받았음에도 그 50이 나에게는 500이어서 500을 받은 것처럼 그녀에게 행동했다. 그녀는 당연히 부담스러워했(을테)고, 그렇게 서서히 나는 그녀를 나 자신으로부터, 결과적으로는, 떼어놓았다. 은연중에 내가 바란건지도 모른다. 내 앞 면이 이긴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제작년, 내 뒷 면이 저지른 또 하나의 일 때문에 나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얻었다. 카카오톡 친추를 했다. 하지만 소식은 없었다….
권총을 손에 쥐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쳤다. 딱딱하고 묵직한 느낌이 손 안에서 뱅글뱅글 돌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장 안에서 불효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아버지의 친구분들의 소리없는 질타를 받으며 상을 치렀다. 나 혼자서. 어머니와 누나들은 오지 않았다. 때려 죽이고 싶었다. 슬픔보다 이 세상에게 품은 분노가 너무도 커서, 나는 한 방울도 울지 않고 아버지를 하관하고, 뗏장을 밟고, 약주를 뿌려드렸다. 소나무 가지를 쳐낼 때, 새하얀 하늘 색을 품은 하늘을 어디선가 날아든 학이 날개를 펴고 가로지를 때, 나는 무너졌다…….
어머니와 누나들은 내가 아버지의 장례식 때에 아버지를 비호했던 것과, 아버지의 일생, 당신들을 위해 살아왔던 일생이 어머니로 인해 왜곡되고 와전되어 누나들에게 아버지가 뼈를 가는 증오와 분노를 받았던 것을 이를 갈며 얘기한 뒤로 연락을 끊었다. 반 년째 앓는 폐병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근근히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잇고 있다.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내고 있고.
하루하루가 너무도 살기가 싫다.
권총을 잡은 내가 그렇게 말했다.
하루하루가 그나마 견딜만 했다. 세상은 아직 아름답고, 듣지 못한 음악과 보지 못한 영화와 그림들이 널려있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너무도, 내 주변에서조차 셀 수 없이 많았다. 무엇보다, 아직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권총을 받기 전의 내가 말했다.
여태까지 내가 왜 참고만 살았는지, 당하고만 살았는지 너무도 울분이 터진다. 내 자신이 왜 참았는지도 나 자신을 찢어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럽고 후회하고 있다. 왜 나는 그렇게 병신같이 당하기만 했지? 어째서? 진작부터 죽어버리고 싶었잖아. 이제 수단이 생겼으니 죽을거야. 반드시.
권총을 잡은 내가 말했다.
나는 남들을 너무도 좋아해. 내 주변 사람들을 좋아해. 그 사람들이 내 죽음으로 인해 받을 고통을 상상해보았어. 그리고 나는 단념했어. 비록 나 자신이 지옥불에 서서히 사그라들지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웃어준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견딜만 했으니까. 나는 애어른이야. 죽고 싶다는 생각따위, 현실로 일으키는 일은 없어. 절대로. 모든 것은 부질없는데 나 자신을 죽이는 것조차 부질없잖아?
운동장에서 다리가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진흙투성이가 된 내가 말했다.
죽어버리자.
언젠가는 죽을 거였잖아.
죽고 싶었잖아.
너무도 외로웠잖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너를 이해해줬다면 세상을 줬을거라는 너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먼지가 쌓여 부르터버렸잖아.
그녀를 그렇게도 그리워해서 썼던 글들 조차 이제는 한낱 지난 날의 치기어린 꿈에 불과하잖아.
네가 이 세상에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죽어도, 네가 맘에 걸려하는 네 주변 사람들의 고통? 그런거 없어.
죽어도 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끼기긱거리는 소리가 우퍼를 통해 들려오는 듯 무지막지했다.
서서히, 당겨져오는 압력이 손가락에 느껴져왔다.
앞으로 조금만 더 당기면,
난……
아직 그녀를 만나지 못했어.
그게 너무도 억울해서 눈물을 쏟아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왜 그녀를 만날 수 없으면 안되지? 왜?
내가 그녀를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그저,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만나봤으면 좋겠어.
아니, 시도라도 해보고 죽었으면 좋겠어.
잠깐만.
나는 권총을 내려놓고는 휴대폰을 손에 쥐고 떨리는 손으로 급하게 그녀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저..내가 뭔가를 잘못한건 알아. 말실수를 한 것도 알고. 잘은 모르겠지만, 알아.
날 차단했는지도 알어. 그냥 네가 잘 되길 바란 마음과 앞으로의 행복과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이었어.
잘 지내고, 건강해.
카톡.
고마워..
그렇게 난 세상을 다 가졌다.
금년 한 해의 엔진 조립 실습이 모두 끝나고, 뒷풀이를 했다. 치킨과 맥주를 먹었고, 강당 안에 울려퍼지는 과가科歌를 마지막으로 모두들 흩어졌다. 언제고 그랬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투명한 어둠이 얇게 펼쳐져 있었고, 이따금 별이 빛나는 걸 볼 수 있었다. 신호등이 파란부로 바뀌었고, 그 빛이 사글사글 산란하며 어둠을 비추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삼겹살 집을 지나, 저 앞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문구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구점에서 뭔가 찾을 게 있었다. 카운터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고, 이윽고 유희왕 카드를 찾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육 학년 때, 애들끼리 열었던 교내 대회에서 우승한 다음 날 어머니가 카드를 버렸던 것이 떠올랐다. 별의별 팩이 다 나와있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제일 오래되보이는 것을 열 뭉태기 골라 값을 치르고, 주인아저씨의 궁금증 어린 시선을 등진 채 입구의 쓰레기통 옆으로 가 하나하나, 설레는 마음으로 뜯었다.
제발, 제발 있어라.
아홉 번째 뜯고서 카드를 넘겨보던 순간,
나는 원하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죽은자의 소생.
END.
2013 04 06 02 14 土
[N]
네 생각이 났다. 미안하다. 너를 품은 이야기를 담은 글은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기로 했었지만,
너를 완전히 털어버리려면 이 방법이 나은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미안하고, 해서는 안될 말이지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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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흩날리던 흑백의 날
너에게만큼은 항상 말하고 싶었어.
헐떡이는 숨을 집어누르면 허파에 뚫린 샛바람구멍으로 피거품이 끓어올랐다. 가슴을 짓누르면 입으로 새어나왔다.
널 지키기 위해서, 난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지.
그녀는 어느새 입 안에 또 다른 총알을 집어넣고 이빨 사이로 누르고 있었다.
그건 거짓말이지만,
그렇게 그들이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제 계단이라 그런지 소리가 공명해 우리에게는 커다란 행군가처럼 들렸다.
까득.
그녀가 어금니로 총알을 짓눌러 깨트렸다.
내 입에선 기침과 함께 피와 살점이 튀어나왔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더니 가슴팍에 손을 대 새어나오는 거품을 굳혔다.
하늘에선 흑백의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가 마치 묵시록 같았다.
주변 고층 빌딩들의 헬리포트에서 안내등이 빨갛게 명멸하며 겹치는 빗방울에 산란해 눈을 찔렀다.
턱에 위아래로 족쇄라도 채인 듯 무거운 입을 열어 그녀에게 말을 하려 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옥상 문을 정면으로 보고 서고는 등 뒤의 Kar98k를 내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져가고, 나는 고개를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방울이 속눈썹, 뺨, 이마, 입술 언저리, 턱 끝에 떨어져 흘러내리며 물길을 그리다가 몇 개의 커다란 본류로 합쳐져갔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지금 하려던 말을 하려고 해도, 그 말이 그녀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녀가 금간 7.92미리를 전장으로 장전하고는, 한 손으로, 여고생 사격선수처럼 문을 향해 조용히 겨누었다.
삭막한 빗소리와 어지러운 금속소리 사이에서도 그녀의 조준은 너무도 정적이었다. 원래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듯 했다.
답이 나왔다.
닿을 수 없다.
타캉!
그렇게 산란하는 봄날의 벚꽃마냥, 어느 날의 흐트러지는 빗방울마냥,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해갔다.
느리게 지나가는 장면만이 기억에 남았다.
그녀는 젖은 머리카락을 그대로 바람에 맡긴 채 고고하게 서서 입구를 겨냥하고 있었다.
입구는 출구였고 출구는 생명이었다. 그녀의 총구와 그녀가 믿는 유일한 가늠좌인 그녀의, 한 쪽을 감은 왼 눈과 결속된 균열만이 그녀 안에서 박동하고 있었다. 그녀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하나마다 그녀의 가녀린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오직 그것만이 그녀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총성이 들렸다.
결속은 와해되어 산란해갔다.
헬멧에 탄환이 긁히는 바람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며, 자그마한 먼지구름이 일었다가 황량히 사라졌다.
까각.
두 번째 탄환을 깨문 그녀의 얼굴에선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평상시 그대로의 무표정일까. 아니면, 그 때,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와 같이 사냥개의 표정을 품은 걸까.
나는 모른다. 다만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
비오는 날, 빛을 두르고 비를 맞으며 명멸하는 남산 타워가 내다보이는 고층 빌딩의 옥상에서 그녀는 또 하나의 탄창을 비웠다.
빈 탄창이 떨어져 덜그럭거리며 땅 위를 몇 번 버둥거리다 멈추는 그 소리의 사이에, 그녀는 빗물 사이로 울고 있었을 거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 참.
그건 거짓말이었지만,
너만큼은 살아줬으면 좋겠다.
2013 03 25 2341 月
총기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써봤습니다.
원래는 모신 나강이었지만, 총열을 1.5배 쯤 늘이고 겨누는 그녀의 총의 이미지가 모신 나강보단 카98에 더 흡사하더군요.
실질적인 이미지에 치중해서 표현할지, 어느 물건이 가진 상징적인 이미지에 치중할지 고민하다가 이미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어짜피 총기류에 대해 잘 모르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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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의 데카당스
……그리고나서 왕자는 클라라를 과자의 나라로 데리고 갔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왕자는 클라라의 눈을 가린 손을 살며시 들었고, 클라라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어둠 속에서 알록달록한 빛을 향해 눈을 떴어요. 그러자, 클라라의 눈앞에 과자로 지어진 커다란 집과, 줄기가 초콜릿으로 되어있는 사탕 나뭇잎이 달린 나무가 수없이 보였어요. 심지어는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작은 조약돌마저도 알록달록한 젤리였을 정도였죠. 클라라는 놀란 눈빛으로 왕자를 바라보았고, 왕자는 웃으며 클라라를 과자 집으로 안내했지요. 클라라는 왕자의 안내에 따르면서 조약돌 두어 개를 주워 입안에 넣어봤는데, 너무 달콤해 입안에서 먹은 줄도 모르게 사라졌답니다. 과자집 안으로 들어서자, 비스킷으로 된 의자와 식탁 위에 티세트가 놓여있었고, 왕자가 왕자 앞에 놓인 잔과 또 다른 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어요. 클라라가 다가가 왕자 앞에 앉자, 왕자는 웃으며 클라라에게 찻잔을 내밀었어요. 클라라는 그렇게 왕자가 타준 차를 마시고 식탁의 모서리를 조금씩 뜯어 먹으며 왕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답니다.
얼마 후,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시던 클라라는 문득 깨달았어요. 이 세계에서 자기는 혼자구나. 난 다른 세계에서 온 혼자인 소녀일 뿐이야.
만약 클라라가 조금만,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그런 생각 따위 할 새도 없이 실컷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시며 왕자와 이야기를 하고 신나게 춤을 췄을 테지요. 하지만, 이미 클라라는 그런 걸 조금이나마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어요.
클라라는 과자의 나라를 떠나 왕자에게 작별인사를 했고, 왕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죠.
어쩔 수 없는걸요.
너무 늦었는걸요.
조금만 더 일찍. 일찍 이었다면…….
<호두까기 인형의 데카당스>
그런 게 뭔지는 묻지 맙시다
2012 06 26 19 51 작입니다. 강조점을 써놓은 문장에는 굵은 글씨를 해놓았습니다.
느낌이 다르지만 시스템 상의 어쩔 수 없는 다름이니 납득할 수 밖에요.
[N]
짧은 글을 갈무리해서 올려야 할지 하나씩 올려도 될지 고민 중입니다.
추신도 엔젤하이로에서의 추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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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글임을 확인하는 스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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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소녀와 어느 먼 나라의 임금이 꾸는 꿈
언젠가는 만날 줄로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손끝에 닿아 만지고 느끼고 살아 숨 쉬는 그 숨결을 공유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먼 나라의 왕이 꾸는 짧은 꿈자락과 같은 것이었고 그것을 부여잡은 나는 그 꿈의 끝에서 결말을 바로보고는 주저앉아 가라앉아갔다. 모든 빌딩과 건물들이 사라진 한 들판을 보고 있었다. 인위적인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마분지로 접은 큰고니 한 마리만이 하천 위를 날고 있었다. 갈대들은 오랜 시간동안 한 방향으로만 불어온 바람 때문에 뒤로 누워 잠자고 있었고, 내 앞으로 곧게 뻗다 굽이굽이 굽어가는 길의 끝에는 누군가가 흰색의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걷고 있었다. 모든 것은 다 원래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하얀 원피스에 머리가 샌 듯 새하얀 소녀의 저 먼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 소녀가 그 사람의 원래의 모습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꾸만 바라보게 되었다. 위로는 내가 나아가야할 길로 향하는 언덕이 있었고 그 언덕으로 나는 부정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천천히. 가을녘에 단풍이 물드는 속도와 비슷하리만치. 힐끗힐끗 계속 바라보았다. 소녀는 거의 뛰놀다시피 빙글빙글 돌며 새하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소녀의 모습은 점점 저 너머로 멀어져갔고, 나는 꿈자락의 끝에 다다른 나를 알아차리고는 표정관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퍼졌다. 원래의 세계를 버리고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슬픈 얼굴을 하고 돌아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어찌됐든 나는 슬픔을 떨쳐내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그 모든 태고의 것을 마지막으로 보려 했다. 소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moby - blue paper
이 문고판 용지 한 장에 담아내는 나의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길지도 않고 오히려 극히 짧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내가 어느 하천의 산책로를 걷다가 본 환상 아닌 환상과 실제 아닌 실제를 이 종이 한 장에 풀어내고자 하는 이유는 말하려고 입을 열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두루뭉실하고 많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단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디선가 정해진 것에 따라 이 길 위를 걷고 있었고, 어느 이유에선가 그 누군가도 정하지 않은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치에 의해 그렇게 정해진 무엇인가가 나에게 그녀를 보여주었고 나는 그것으로 인해 왠지 모를 편안함과 공허감과 슬픔과 아쉬움과 작별과 허虛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곳에 있고 이곳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바라보여지고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그 머나먼 어느 나라의 어느 한 가난한 왕이 꾸는 꿈의 마지막 결말과 같은.죽도록 나아가도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언젠가는 닿겠지 하지만 닿을 수 없다는 것에 나는 이 한 페이지의 글을 쓴다.
원래는 새하얀 소녀와 어느 먼 나라의 임금이 꾸는 눈물의 꿈이었으나, 뭔가 쓸데없이 붙어있는 것 같아서 지웠습니다.
2012 02 22 10 49 작입니다.
[N]
중간에 오른쪽 정렬이 되어있는 것은 저 중간의 moby - blue paper를 정렬하다가...어찌 고칠지 모르겠군요. 들여쓴 이유는 한컴 신국판의 문서 크기를 맞추기 위해서 입니다. 딱 한 장이 나오는 글이었어서요. 가독성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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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에 관한 추억
브람스에 관한 추억
브람스. 나에게 브람스는 추억의 한 단편이다. 펼쳐들고 보면 짧디 짧은 단편이지만, 그 단편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내게 이어져오는 하나의 장편이다. 내 유년시절의 것들은 모두 좋던 싫던 간에 지금의 나에게는 모두 이어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장편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람스에 관한 추억도 서재에 꽂혀있는 수많은 장편들 중 하나이다.
어렸을 적 내가 살던 3LDK(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아파트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는 아이스링크장이 있었다. 가깝고도 가까운 곳이지만,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스케이트를 타본 것은 정작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백 미터쯤 될까. 난 그 작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새하얗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아직 비치지 않고 남아있는, 모든 것을 비출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빙판을 바라보았다. 아이스링크의 2층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난 그 레스토랑에 갈 때마다 창가에 앉아 잘 닦인(혹은 청소차량이 닦고 있는 중의) 은반銀盤을 보곤 했다. 그 레스토랑의 이름은, 브람스였다.
그곳에서 실제로 브람스의 음악을 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아니었을 거다. 클래식을 튼 건 기억나지만, 왠지 모르게 브람스는 아닌 것 같다. 브람스의 것을 들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은 어디선가 불어온 확신을 안고서 자신을 고정시켰다. 나는 자주 그곳에 가서, 이탈리안 돈까스를 시켜먹었다. 어쩌다가 궁금해서 햄버그스테이크와 폭찹 스테이크를 시켜본 기억이 난다. 주문을 하고 나면, 시원한 얼음물(혹은 콜라)가 한 잔 나오고, 가벼운 맛이 나는 모닝빵과 진한 스프가 나오는 그런 양돈까스 집이었다. 요즘엔 없는, 그런 레스토랑이었다.
레스토랑의, 앞뒤가 트여있는 의자에 앉아, 더러우니까 만지지 말라는 엄마나 누나의 말을 듣지 않고 통유리 창에 손을 댄 채 입김을 새겨가며 빙판 위를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그랬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진. 그리고 다 먹고 나서도. 빙판은 한사코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빙판도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서로 시선만을 주고받을 뿐이었지만, 서로가 서로의 시선에 비치는 그 풍경을 우리는 좋아했던 듯 싶다. 가끔씩 내가 앉은 뒤쪽에 손님들이 앉아있으면 창문과 의자의 틈새로 빼꼼히 바라보기도 했었다. 그런 장난을 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난 잠시 동안만 하고나서 바로 돌아왔다. 그러곤 다시금 새하얀 빙판을 바라다보곤 했다. 어째서인지 그 빙판의 새하얌은 지금도 선명해서, 냉기가 서린 그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보는 흐릿한 광경. 그 광경 그대로 내 시선과 마음속에 살아있다. 어딘가 뿌옇게 면서도, 친근하도록 선명한 그 풍경 위로는 가끔씩 스케이트 선수로 보이는 여자가 진짜 피겨스케이트복을 입고서 이리저리 다니며 시연을 하기도 했었다. 아마도 레스토랑 주인이 정기적인 이벤트로 준비한 것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린 시절 자주 다니던 브람스는 초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아마 중반쯤), 아이스링크장과 함께 없어지고 말았다. 아이스링크 안의 은반은 어딘가로 싹 다 녹아내려 흘러가버린 듯 없어졌고, 그와 동시에 벌린 입에서 적당히 먹기 좋게 쫄깃한 치즈를 늘어트리는 바삭한 돈까스와, 따스한 스프의 감촉과, 손바닥을 대고 입김을 후후 불어 그림을 그릴 때마다 정말. 정말로 친숙한 냉기를 가졌던 통유리도……모두 없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없이 빙판 위를 바라보며 자기 자신을 비추었던 소년의 광경도 없어졌다.
아이스링크장 건물에는 마트가 들어섰고, 그 마트는 지금까지도 영업 중이다. 오백 미터 이내에 초대형 마트 체인이 들어서서인지, 요즘은 영 풀이 죽어있는 눈치다. 일 년 전 쯤 마지막으로 들어가 봤을 때, 입구의 족발집과 종합 화장품 판매 부스와 종업원들과 진열된 상품들 모두 침울해보였다. 마치 회색빛 공기가 감돌 듯 모두들 기운이 없어 보였다. 겉으로는 모두 밝았지만, 속에서 내비쳐보이는 그 무엇인가는 밝지는 않은 것 같았다. 심지어 퉁명스럽게 백 원짜리 동전을 내뱉는 쇼핑카트조차도.
그 무엇도 지난 날에 이 장소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알려주지 못하는 곳에 서서, 나는 지나버린 순간과 장소의 것을 찾고 있었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서, 카트를 집어넣고, 백 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서 마트를 나왔다. 바깥은 많이 추웠다. 나는 검은 색 트렌치코트의 금빛 단추를 잠갔다. 도로변의 상록수가 머리를 털었다.
후일, 나는 어디선가 1층에 아이스링크가 있고 2층에 레스토랑이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대학교 동기이자 내 애인인 그녀를 데리고 갔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녀를 데리고 간 이유는 아직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와 나는 똑같이 이탈리안 돈까스를 시켰고, 앞서 나오는 스프와 빵을 먹었다. 그리고 유리창에 이마를 데고, 바깥을 잠시 바라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자 웃었다. 소파 비슷한 의자며, 자리가 앞뒤로 맞닿아있는 구조며 모든 것이 그때 그 시절의 것과 비슷했다. 심지어 의자의 겉면이 부드러운, 갈붉은색과 검은색이 X자로 체크무늬가 그려져 있는 벨벳이라는 것도.
계산을 마치고 열린 자동문 사이로 걸어나가면서, 나는 지배인이 건네준 성냥갑을 손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종이박스와 같이 살짝 꺼끌꺼끌한 작은 펄프 성냥갑이었다. 그리고 그 위엔 가게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브람스. 라고.
그로부터 정확히 세 달 하고도 열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그녀와 이별했다. 담백한 이별이었다. 내 쪽에서도, 그녀 쪽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담백히 보이려고 애쓴 이별이었다. 그 해의 마지막 동아리를 마치고 나서, 동아리방 문을 닫고 나서는 내 손은 성냥갑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때 그 성냥갑을 말이다. 열어보자 그 안에는 여전히 세 달 전의 황 냄새를 풍기는 성냥들이 고스란히 놓여있었다. 그 중에서 하나를 꺼내 이유 없이 그어보았다. 불이 붙었다. 그리고, 꺼졌다.
브람스에 관한 추억은 이게 전부다. 그 이후에 다시는 찾아가지 않은, 그 레스토랑은 소문에 의하면 없어졌다고 한다. 소리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증발해버렸다. 그리고 내 유년시절의 브람스의 주인이었던 그때 그 지배인도 마찬가지로.
그때와 똑같은 한기를 풍기고 있는 겨울을 걷는다. 아이스링크의 하이얀 은반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지울 수 없는 무게를 가진 한기에 젖은 유리창. 그 유리창으로부터 살며시 침습해오는 한기와 함께 겨울의 레스토랑 특유의 온기가 맞닿아있는 그때 그 공간. 그 장소. 유리창의 한없이 차가운 감촉. 모든게 생각나는, 비슷한 겨울을 걷고 있다.
그때가, 내 어렸을 적이든 몇 달 전이든 간에 그때가 생각날 때는 주머니에서 성냥갑을 꺼내 만진다. 펄프 특유의 촉감은 이미 부드러워져있었다. 성냥갑 안을 비스듬히 민다. 성냥은 여전히 빛바래지 않는 향을 가지고 나열羅列되어있었다.
하나 꺼내어 그셔본다.
바람이 불어 금세 사그라든다. 초침만큼이나 빠르게, 스케이트 날만큼이나 적확的確하게.
20111130 0124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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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별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설별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 소설 등을 올리는 곳입니다. 간단하게 이 곳을 이용해주실 때 지켜주셨으면 하는 몇 가지 사항만 적겠습니다.
1. 퍼가실 때는 댓글로 이유와 퍼가는 곳을 써주시고, 제 이메일로 해당 작품에 대한 비평을 써서 보내주신 경우에만 가능하겠습니다. 적어도 무슨 작품인지는 이해 해보시고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퍼가서 다른 분들께 보여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사료 될테니까요.
1-1. 불펌 방지 코드가 적용되어 있긴 하지만 불펌은 삼가 해주세요. 입장 바꿔 생각해보시면 간단한 문제 아닐까요? :) 부탁드립니다.
2. 상식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즉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제 개인 공간이기도 하면서, 모두가 이용하는 공용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3. 비평이나 피드백은 항상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만 아무 근거 없는 비평이나 신변잡기는 자제 해주셨으면 합니다.
4. 서로를 존중하는 존댓말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리고 제가 올린 소설 중 날짜가 과거의 것인 경우엔 과거에 제가 그 글을 썼던 날짜입니다. 제 스스로만 갖고 있던 글이거나 과거 다른 곳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올린 것이죠.
즐거운 시간 보내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